
한국디지털경제신문 김공탁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사상 최대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을 매수 기회로 여기며 ETF를 중심으로 자산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2025년 들어 지금까지 미국 ETF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가 약 4,370억 달러(한화 약 596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역대 같은 기간 중 가장 많은 수치이며,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자금 유입액이 작년의 사상 최대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ETF로의 쏠림 현상이 단순히 뮤추얼 펀드에서 비용 효율성이 더 높은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특히 변동성이 급등한 시점에 투자금이 오히려 더 많이 유입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토드 로젠블루스 베타파이 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매도세가 강할 때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TF 자금 유입은 주식형, 채권형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됐다. 특히 특정 인덱스를 추종하지 않고 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 ETF'도 올해 들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ETF는 뱅가드의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VOO’다. 올해 들어 650억 달러 이상이 유입돼 단일 상품 기준 자산 규모 세계 최대 ETF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도 1,160억 달러가 몰리며 연간 유입 기록을 크게 경신한 바 있으며, 올해 10월 이전에 다시 한 번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S&P 500 변동성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당시, VOO로의 일일 유입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뱅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렉 데이비스는 “4월 초 시장이 요동칠 때 VOO 투자자들의 매수 대 매도 비율이 5대 1에 달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대기자금(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고, 조정장이 오면 투자 기회로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TF 유입 규모 2위를 기록한 상품은 블랙록의 초단기 국채 ETF로, 3개월 이내 만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구조다. 해당 펀드에는 약 170억 달러가 유입됐으며, 현재 연 환산 수익률은 4.7% 수준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유사한 단기 채권 ETF 역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S&P 500 추종 ETF ▲뱅가드의 종합 주식시장 ETF 및 성장형 주식 ETF ▲인베스코의 나스닥100 추종 ETF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JP모건이 운용하며 옵션 전략을 병행하는 고배당 추구형 액티브 ETF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이처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미국 ETF 시장은 오히려 유입 자금 규모에서 사상 최대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각이 단기 변동성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성과 저가 매수 기회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