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경제신문 김공탁 기자 |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금융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은행권을 중심으로 우선 발행을 허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비은행권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24일 밝혔다.

유 부총재는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가능성과 금융 혁신 촉진 효과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시장 혼란이나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시스템과 외환시장, 금융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우려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금융산업 구조 개편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시중은행 6곳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디지털 화폐 파일럿 ‘프로젝트 한강’의 2차 실험도 예정대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실험은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구조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해 실생활 활용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프로젝트 한강 2차 실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유 부총재는 “실험 일정은 은행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이 발행한다고 해서 한국은행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책적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비은행권에까지 발행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내부적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부총재는 최근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가계부채 문제가 금리 결정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질금리는 하락 중인 반면, 중립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고 현재 기준금리는 그 중간 정도 수준”이라면서 “금리 인하 여건은 일부 갖춰졌지만, 부동산 과열과 외환시장, 금융안정 리스크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64%에 달하는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보고를 계획 중이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주요 금융현안과 함께, 비은행권 대출에 대한 검사 및 감독 기능 강화 필요성도 보고할 방침이다.

끝으로 유 부총재는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부총재로는 20년 만에 소수의견을 낸 배경에 대해 “이창용 총재와 사전 충분한 논의가 있었고, 서로 간의 묵시적인 이해 아래 결정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면 언제든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