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디지털경제신문 김공탁 기자 |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별도의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향후 관련 입법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21일 발표한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현황과 규제 움직임을 짚으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주요 5개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용자는 약 1,825만 명에 달했고,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시가 총액은 104조1천억 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조2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작년 미국과 홍콩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EU의 암호자산 규제법(MiCA) 시행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했다”며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2023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방지를 목적으로 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으며, 같은 해 11월 출범한 ‘가상자산위원회’를 중심으로 후속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논의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별도 규제 체계 마련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통상 법정화폐나 자산의 가치를 기준으로 설계돼 가격 변동성을 줄인 암호자산으로, 일부에서는 이를 실질적인 지급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는 달리 지급수단으로서의 속성을 갖고 있어, 광범위하게 유통될 경우 법정통화를 대체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금융안정, 지급결제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전용 규제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위원회 등 향후 입법 논의에서 중앙은행의 관점을 반영한 규제 방향을 제시하고, 디지털 금융 환경에 맞는 바람직한 지급결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이병목 금융결제국장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법정화폐 대비 1:1로 유지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상환 요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발행 주체가 보유 예금을 대거 인출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 역시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논의에 대해 “실물화폐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오해가 있다”며 “디지털 수단은 전력이나 통신이 끊기면 작동하지 않으며,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해서라도 실물화폐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지급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언제든 실물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실물화폐 발행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