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디지털경제신문 김공탁 기자 |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및 핀테크 업계가 일제히 관련 대응 체계를 마련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결제·송금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 상표권 출원, 기술력 확보 등 다각적인 전략을 가동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사내에 스테이블코인 전담 TF를 출범시키고,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심층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TF는 김규하 최고사업책임자(CBO) 주도로 운영되며, 토스의 주요 금융 계열사들이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 코인 발행과 유통, 결제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전략 수립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 관계자는 “현재 TF는 유연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업 진척도에 따라 참여 계열사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카카오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와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 TF를 구성한 데 이은 행보로, 국내 주요 핀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조직 차원에서 대응 체계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정통화 기반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 주목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실물 화폐 가치에 연동돼 변동성이 낮은 디지털 자산이다. 특히 원화, 달러 등 실물 법정통화를 담보로 하거나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실시간 송금과 국가 간 결제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간편결제 플랫폼,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체 발행, 결제 처리, 유통 및 보관 등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반을 포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NHN·네이버 등도 사업 확대 움직임
NHN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NHN의 핀테크 계열사인 NHN KCP는 최근 원화 및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다수 출원했다. 6월에는 ‘NSKRW’, ‘NSKOR’, ‘KRWPS’ 등 원화 기반 상표권을, 7월 말에는 ‘USDW’ 등 달러 기반 상표권을 등록하며, 국내외 결제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NHN KCP 관계자는 “해외 결제를 포함한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 중이며, 기술적·법적 인프라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또한 관련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박상진 대표는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경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와의 협력도 공식화했다.
시스템 통합(SI) 업계도 기술 고도화 준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기반 기술을 맡게 될 시스템 통합(SI) 업체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이 예상되는 가운데, SI 기업들의 기술력 확보 및 PoC(개념검증) 프로젝트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LG CNS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계 기술 및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고속 블록체인 기술 전환을 위한 PoC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홍근 디지털비즈니스사업부장은 “LG CNS는 예금 토큰 발행과 결제까지 상용화한 경험이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의 사업 기회를 전략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제도 정비 시 시장 폭발력 커질 것”
업계 관계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기존 결제 시스템은 물론 금융의 기본 구조가 대폭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블록체인, 간편결제, 디지털 자산 인프라가 맞물리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관련 법·제도 정비가 본격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금융 혁신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ICT 기업 간 기술, 인프라, 규제 대응력의 경쟁이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