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디지털경제신문 김공탁 기자 | 2024년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며, 전체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이 촉매가 되어 글로벌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국내 시장도 이와 맞물려 크게 확대됐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17개 가상자산 거래소와 8개 지갑·보관업체 등 총 2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총은 107조7천억 원으로, 2024년 6월 말(56조5천억 원) 대비 9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 규모는 7조3천억 원으로 6조 원이었던 상반기보다 22% 증가했고, 원화 예치금도 5조 원에서 10조7천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거래 활성화는 사업자 수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조사 대상 사업자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7,415억 원으로, 상반기(5,813억 원) 대비 28% 증가했다.
다만 시장 내 편차도 뚜렷했다. 원화 기준 거래 시장은 일평균 7조3천억 원에 달한 반면, 외화 기반의 ‘코인마켓’은 1억6천만 원에 그치며 80% 이상 거래량이 감소했다. 수익에서도 원화마켓은 7,572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코인마켓은 12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기반도 눈에 띄게 확장됐다. 지난해 말 고객확인(KYC)을 마친 거래 가능 이용자는 970만 명으로, 반년 전보다 25%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전체의 29%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40대(27%), 20대 이하(19%), 50대(18%), 60대 이상(7%)이 이었다.
보유 자산 규모를 보면, 이용자의 66%가 50만 원 미만을 보유 중이었으며, 1천만 원 이상 고액 보유자는 121만 명(12%)으로 전보다 2%포인트 늘었다. 1억 원 이상 보유자도 2.3%(22만 명)에 달했다.
가상자산 종류 역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 수는 1,357종(중복 포함)으로 6월 말보다 150개가량 늘었다. 이 중 국내 거래소 한 곳에서만 거래되는 ‘단독 상장’ 코인은 287종이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 발행 또는 국내 거래가 80% 이상인 이른바 ‘김치코인’은 97종으로 집계됐다.
다만 신규 상장 건수는 상반기보다 19% 줄어든 127건이었고, 상장폐지 사례는 54% 감소한 31건에 그쳤다.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최고가 대비 하락률)은 평균 6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주식시장(KOSPI 18.5%, KOSDAQ 27.4%)과 비교해 훨씬 큰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거래업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외부 이전 금액은 96조9천억 원으로, 전반기보다 30% 증가했으며, 이 중 100만 원 이상 규모의 해외 사업자나 개인 지갑으로의 이전은 75조9천억 원을 차지했다.
반면 보관·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총 수탁 자산은 1조5천억 원으로, 6개월 전보다 무려 89% 급감했으며, 해당 서비스 이용자도 1천300명 수준으로 99%나 감소했다. 이는 일부 업체의 영업 종료와 관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김치코인’과 같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