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디지털경제신문 김공탁 기자 | 네이버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사실상 품에 안으면서 ICT 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복귀한 지 불과 반년 만에 성사된 이번 ‘빅딜’은 단순한 제휴 수준을 넘어, 네이버가 AI 분야의 후발 주자로서 맞닥뜨린 한계를 돌파하고 금융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주식 교환으로 결합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두나무는 연내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 교환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구조가 마무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고,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되는 방식이다.
다만 기업 가치 면에서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세 배에 달하는 만큼, 합병 이후 최대 주주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결과적으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흡수하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나무의 무게감이 더 커지는 셈이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가속
이번 결합은 곧바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공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임박한 가운데, 법안에 따라 비은행 금융회사가 발행 주체로 포함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을, 업비트가 상장·유통을 맡는 그림이 유력하다.
이는 단순한 암호화폐 발행을 넘어, 네이버 쇼핑·결제 생태계와 결합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 모델을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예치금 운용, 대출 서비스 등 신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송치형 회장, ‘넥스트 이해진’ 부상
이해진 의장이 직접 제안하고 송 회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번 빅딜은 급물살을 탔다. 두 사람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로 오랜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AI 경쟁력이 글로벌 빅테크 대비 밀린다는 비판 속에 이 의장은 지난 3월 구원투수처럼 이사회 의장에 복귀했다. 이후 그룹 차원의 투자가 전례 없이 빨라졌는데, 이번 결정은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 경영구도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증권가에서는 “송치형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을 총괄한 뒤, 추후 네이버와의 합병이나 추가 주식 교환을 통해 네이버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해진 의장의 지분율이 3.7%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송 회장이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 업계 파장
ICT와 금융권은 이번 빅딜을 두고 “네이버가 검색·쇼핑 플랫폼 기업에서 디지털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공식화했다”고 평가한다.
AI에서 뒤처진 네이버가 금융이라는 새로운 무대로 승부수를 띄운 만큼, 향후 국내 디지털 금융 시장은 물론, 그룹 지배구도 자체에도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